♡ 글사랑/•*―러브스토리

그 질긴... 사랑을 말하다...

ll아놀드 2008. 7. 30. 08:59

그냥 어디로 가고 싶은 날이였어.

흑백영화 속 남자 주인공 처럼 택시를 타고

"아저씨 아무데나 가주세요." 그러고 싶은날...


멀리가진 못했어.

그저 늘~ 다니는 회사가 아닌 우리동네가 아닌,

니가 사는 동네도 아닌, 우리가 놀던 동네도 아닌,

다른 어느곳을 걸어다녔지.

그러다가... 그러다가...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어.

아마 그때 바람이 횡~ 불었던것 같기도 하고,

길거리 상점의 조명이 들어온 순간이였던 같기도 하고,

어쩌면 무심코 올려본 하늘이 너무 낮아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옆에 누가 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어.

처음 그건 정말 누군가 였어.

실체가 없는 그냥 누구... 그림자 처럼...

그저... 누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곧 욕심이 생겼겠지?

기왕이면 좋은 사람이 였으면....

욕심은 점점 커졌던 것 같아.

그 누구가 다정한 사람이였으면...

내가 말하면 많이 웃어주는 사람이였으면...

손이 따듯했으면...

웃는게 예뻤으면...

옆에서 재잘 거려줬으면...

생각해보니까 그건 너였어!

아닐거라고 생각했지.

그냥 난 지금 좀 그냥 허전할 뿐이다.

지금 그리운 누구가 너는 아니다.

뿌연 거울에 그려놓은 그림을 지우듯이 손바닥으로 쓱삭쓱삭

머리속에 그려진 너의 얼굴을 지우고, 주위를 둘러봤어.

'그것봐... 역시 아무나였어.'

나 자신에게 증명하려고 지나가는 여자들을 하나씩 찍어보며 살폈어.

그런데... 그 여자들도 다 너였어...

머리를 묶은 너...

소리내어 웃는 너....

바쁘게 걷는 너....

주머니에 손을 넣은 너....

다 너였어...

 

그 후로 나는 아무것도 못했어.

 너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아무것도 아무생각도..

 하지만... 내가 이런걸 알면 너는 내가 무섭다고 느낄테니까!

 '넌 참 즐기기도 하구나.' 싫어할테니까...

 그래서 난 아무것도 안했어. 전화기를 꺼내는 일도 안했어.

 나는 다마 그냥.... 전화 한 통 걸어서 "안녕" 말할 수 만 있다면...

 그래도... 그러면 안되겠지?

 

몸 속에 맹장을 지니고 다니듯.

잘 보이지 않는 눈 위로 안경을 걸치고 다니듯

내 마음은 항상  당신을 데리고 다닙니다.

당신을 피해 멀리멀리 도망간 곳에서 온통 당신과 마주쳤던날...

그 질긴...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