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랑/•*―러브스토리

더 갖고 싶은 사랑을 말하다

ll아놀드 2008. 10. 13. 08:59

전화벨이 울리고 친구의 이름이 핸드폰 액정에 나타나고

나는 옆에서 부비대고 있는 흰둥이를 밖으로 내쫓고는 방문을 닫고 전화를 받습니다

"물어~ 봤어?" 조심스럽게 말하는 내 부탁에,

나만큼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을 내 친구의 질문에

그녀는 그렇게 대답했다네요. '내가 참 편해서 좋은 것 같다고...'

"그래... 내가 좀 편한 사람이긴 하지?"

말을 하면서 나는 좀 쓴맛이 도는 그런 웃음이 났습니다.

"그냥, 그것 뿐이래?" 감히 더 물어보지는 못했죠.

 

그녀는 남들보다 자주 불편해하는 성격입니다.

친구들끼리 모이는 자리,

일행 중 누군가가 모르는 사람을 데려오겠다고 하면

그녀는 금방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말하는 사람

"그 사람 오지 말라고 하면 안돼? 우리끼리 놀면 안돼?"

그녀가 그렇게 말할때 마다 난 반쯤은 슬펐고, 반쯤은 좋았습니다.

예전에 내가 친구를 따라 이 모임에 처음 왔을 때도

그녀는 나를 두고 그렇게 말했겠구나... 그 생각에 마음이 슬퍼졌다가

그래도 이제 난 안불편하다는 뜻이구나 기분이 좋아지고...

 

부엌으로 가 냉장고를 열어 찬물 한 모금 마십니다.

이가 시리게 차가운 물인데 시원해지는 느낌은 하나도 없네요.

그래요. 그러고 보면 내 욕심이 겁도 없이 많이 자란 것도 같습니다.

 옆에서 얼굴 한 번만 원없이 볼 수 있으면... 같이 밥만 한 번 먹어봤으면...

 처음엔 그런게 소원이었으니까...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날에도 내 소원은 고작

 "누구야 안녕" 이름을 부르며 그녀와 친한 척 하는 것

 그 소원들은 다 이루어 졌고 이렇게 편한 사람이라 불리게도 됐는데 

 난 어쩐지 처음보다 훨씬 더 막막해졌습니다.

어떻게든 일단 친해지고 싶어서 친구의 친구로.

그래서 우리도 친구로 그렇게 다가갔었던게 잘못이었을까요?

사랑, 그거 주기만해도 참 좋은 것 같았는데...

 

어느틈에 다시 내 옆구리를 파고 든 흰둥이

나는 그 따뜻한 것을 무릎에 보듬으며 생각합니다.

사랑, 그거 주기만 해도 정말 좋을 것 같았는데...

나는 이 무심한 주인을 끝도 없이 사랑해주는

내가 사랑해주지 않아도 욕심부리지 않는

우리 흰둥이의 등을 오래오래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더 갖고 싶은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