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후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후에
      
                                                                손상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내가 잠을 자는지
꿈을 꾸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나는 이세상에 없었습니다


어느날 그대가
바람인 듯 별빛인 듯
내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대문 열어놓듯 내 속에 들어와서
가슴을 화알짝 열어놓았습니다


그때부터 내 속에서는
세상 흔들며 천둥치고 비 내리고
지진이 일어나고 화산이 폭발하고
파도와 해일이 일었습니다
나는 용광로 속 불같이
온 몸, 마음에 열이 나고
많이 많이 아팠습니다


나는 이제 볼 수 있습니다
지나가는 바람이 어떤 색깔인지,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의 마음에는
어떤 비빌이 숨어 있는지,
왜 꽃들은 그렇게 아름다운지,
이슬과 별빛은 왜 그리 투명한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절망하는지,
절망해야 하는지,



어느날 그대가
바람인 듯 별빛인 듯 다가와
나를 어루만진 후부터
나는 내가 이 세상에
살아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여기에 저기에
모든 것이 살아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