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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랑에게] 혼자 남은 여자 / 낭송 김귀옥

ll아놀드 2008. 12. 26. 10:27

      ♣혼자 남은 여자♣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만난 지 세 시간 만에..다들 애인 전화 받고는 가 버렸어요.
      난 늦게까지 수다도 떨고, 술도 한 잔 할 줄 알았는데..
      애인한테 전화가 오니까, 다들 바로 일어나서 가 버리더라구요. 
      희진이는 남자친구가 감기 걸려서 가 봐야한다고 하고, 
      연희는 남자친구가 같이 쇼핑하자고 오란다고 하고, 
      지은이는 남자친구가 직장 동료들하고 있다고 가 봐야한다고 하고..
      그래서 다들 가 버렸어요. 

       
      가면서 미안하다고들 하니까..괜찮다고는 했지만, 
      사실 괜찮지 않아요.
      당황해서 나도 이 근처에 볼 일이 있다고 말해버렸지만,
      사실 갈 데도 없고, 이 근처엔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친구보다 애인이 더 먼저인 내 친구들..
      섭섭합니다. 난 안 그랬었는데..

       
      하긴 안 그랬었던 게..자랑은 아니죠.
      난 늘 남자친구보다 친구가 먼저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후회막심입니다. 지금이라면 안 그럴 텐데...
      남자친구랑 같이 있다가도 친구가 부르면 달려갔으니까요. 
      아마 의리 같은 걸 지키고 싶었었나 봐요.
      아니면 남자친구가 생기더니 변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거나..

       
      커피숍을 나와 혼자 목적지 없이 배회하고 있습니다. 
      가구점 앞을 지나고, 옷가게 앞을 지나고...편의점 앞을 지나고 있어요. 
      편의점에 들어가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야겠어요.
      쌀쌀한 늦가을 저녁에 혼자 편의점에서 마시는 커피..
      참 쓸쓸하고 처량하네요. 

       
      오늘따라 그 사람이 많이 생각납니다. 
      헤어질 때 그 사람이 했던 말이..생각나요.
      “넌 늘 친구가 먼저잖아..그래서 난 늘 외로웠어..”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 말이 다 맞아요.
      외로웠을 거예요..그리고 내 사랑이 의심스러웠을 거예요..

       
      다시 누군가와 연애를 하게 된다면 
      이젠 친구 같은 건 나 몰라라 할 거예요. 
      아프다고 해도 달려가지 않을 거고, 
      실연을 당했다고 해도 달려가지 않을 거예요. 
      그냥 다 외면하고..나도 애인하고 단 둘이만 있을 겁니다. 
      그럼 적어도 지금처럼 이렇게 외롭고, 섭섭하진 않을 테니까요..
       
      집에 가서 혼자 진한 멜로 영화나 한 편 봐야겠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우정보다 먼저 챙기고 싶은 사랑이 찾아올 거라고, 
      그런 사랑을 아직 만나지 못한 것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