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간이 됐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네요
요 며칠 너무 늦게까지 있었더니 감기에 몸살 기운까지...
죽겠습니다
감기에 걸리는 건 정말 어느 찰나인 것 같아요
찬 공기를 꿀꺽 삼켜버린 그 찰나,
몸속에서 온도가 다른 녀석의 출연을 반가워하지 않고
바로 이상 현상을 나타내죠
그럼 감기에 걸린 겁니다
그녀도 나와는 온도가 다른 사람 같아요 체온이 다른 사람 같습니다
몇 주일 전이었어요
밤공기가 너무 차가워서 따뜻한 캔 커피를 하나 사러
그녀가 일하는 편의점에 갔습니다
온장고를 열고 맨 앞줄에 있는 캔 커피를 하나 집어 들었는데
그녀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더군요
그러더니 "그건 금방 넣어서 덜 따뜻할 거예요" 하면서
저 깊은 곳에 있는 커피를 하나 꺼내서 건내주었습니다
순간, 그녀가 꺼내준 캔 커피보다
그녀의 마음이 너무나 따뜻해서
그만 덥석 손을 잡아버릴 뻔했습니다
그날 부터 그녀가 더 좋아졌습니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여기에서 세 다발에 만원하는 소국을 한 다발만 사 갑니다
오늘쯤 올 것 같아서... 세 다발 분량을 한 다발로 만들어놓았는데
그녀가 오질 않네요
손님이 왔습니다
연인처럼 보이는데, 어쩐지 오래된 연인 같아요
남자는 얼큰하게 술에 취해 장미를 사주겠다고 하고,
여자는 괜히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라는군요
장미... 쓸데없는 일...
처음엔, 처음엔 말이예요 이 연인에게도 장미가...
쓸데 있는 일인 적이 있었겠죠
어제는 한 송이씩이라도 사 가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오늘은 손님이 없네요
아무래도... 오늘은 그녀가 오지 않으려나 봐요
몸도 안 좋고... 이만 접고 들어가야겠습니다
저기... 저기... 그녀가 걸어오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오늘은 누구랑 같이 걸어 오네요
편의점에서 같이 알바하는 녀석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녀가 오기 전에 빨리 짐을 정리하고 가야겠어요
그녀의 옆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누군지 하나도 궁금하지 않습니다
이젠 그녀에겐 더 이상 꽃을 팔고 싶지 않아요.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소국 한 단,
오늘은 꼭 선물하고 싶었는데... 다음에 해야겠어요
오늘은 몸이 너무 아프니까,
마음마저 아파지기 전에 빨리 자리를 떠야겠습니다
사랑이 사랑에게 말을 합니다
도망가지 말라고..
도망갈수록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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