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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랑에게 - 꽃을 파는 남자 [낭송 / 딴지 박인실]

ll아놀드 2008. 12. 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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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간이 됐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이네요 요 며칠 너무 늦게까지 있었더니 감기에 몸살 기운까지... 죽겠습니다 감기에 걸리는 건 정말 어느 찰나인 것 같아요 찬 공기를 꿀꺽 삼켜버린 그 찰나, 몸속에서 온도가 다른 녀석의 출연을 반가워하지 않고 바로 이상 현상을 나타내죠 그럼 감기에 걸린 겁니다 그녀도 나와는 온도가 다른 사람 같아요 체온이 다른 사람 같습니다 몇 주일 전이었어요 밤공기가 너무 차가워서 따뜻한 캔 커피를 하나 사러 그녀가 일하는 편의점에 갔습니다 온장고를 열고 맨 앞줄에 있는 캔 커피를 하나 집어 들었는데 그녀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더군요 그러더니 "그건 금방 넣어서 덜 따뜻할 거예요" 하면서 저 깊은 곳에 있는 커피를 하나 꺼내서 건내주었습니다 순간, 그녀가 꺼내준 캔 커피보다 그녀의 마음이 너무나 따뜻해서 그만 덥석 손을 잡아버릴 뻔했습니다 그날 부터 그녀가 더 좋아졌습니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여기에서 세 다발에 만원하는 소국을 한 다발만 사 갑니다 오늘쯤 올 것 같아서... 세 다발 분량을 한 다발로 만들어놓았는데 그녀가 오질 않네요 손님이 왔습니다 연인처럼 보이는데, 어쩐지 오래된 연인 같아요 남자는 얼큰하게 술에 취해 장미를 사주겠다고 하고, 여자는 괜히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라는군요 장미... 쓸데없는 일... 처음엔, 처음엔 말이예요 이 연인에게도 장미가... 쓸데 있는 일인 적이 있었겠죠 어제는 한 송이씩이라도 사 가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오늘은 손님이 없네요 아무래도... 오늘은 그녀가 오지 않으려나 봐요 몸도 안 좋고... 이만 접고 들어가야겠습니다 저기... 저기... 그녀가 걸어오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오늘은 누구랑 같이 걸어 오네요 편의점에서 같이 알바하는 녀석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녀가 오기 전에 빨리 짐을 정리하고 가야겠어요 그녀의 옆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누군지 하나도 궁금하지 않습니다 이젠 그녀에겐 더 이상 꽃을 팔고 싶지 않아요.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소국 한 단, 오늘은 꼭 선물하고 싶었는데... 다음에 해야겠어요 오늘은 몸이 너무 아프니까, 마음마저 아파지기 전에 빨리 자리를 떠야겠습니다 사랑이 사랑에게 말을 합니다 도망가지 말라고.. 도망갈수록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