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핸드폰에 문자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손을 가지런히 모아 보인 귀여운 이모티콘... 또 단체 문자구나.
남자의 엄지 손가락은 삭제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고,
보낸사람을 확인하는데 놀랍게도 거긴 그녀의 이름이 찍혀 있습니다.
헤어진 지 일년만에 그녀가 보낸 문자 메세지.
남자는 너무 의외의 상황에 반가울 뻔 했다가, 어이가 없기도 했다가,
전화기를 노려 보면서 생각에 빠집니다.
'뭘까... 무슨 의밀까!...'
'그래, 단체로 메세지 보내려다가 실수했나보다
그래도 내 전화번호 지우진 않았나보네. 답장해야 되나?
아니다. 나한테 잘못 보낸 거 알면 당황스러울꺼야. 보내지 말자....하지만... 혹시...
혹시 알고 보낸 건 아닐까.. 알고도 이젠 이렇게 인사라도 주고받는 사이가 되자고..
그래서 보낸건 아닐까...'
그렇게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수많은 생각을 해 본 뒤에 남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 실수일꺼야..원래 덤벙덤벙하는 애가 아닌데 왜 그랬을까
분명한 건 그 성격에 나한테 메세지 잘못 보낸 거 알면 싫어하거나 당황할꺼야.
그래 못본걸로 하자.'
남자는 답장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조용히 가라 앉히고,
다시한번 그 메세지를 보면서 웃음까지 지어 봅니다.
몇달전에 이걸 받았으면 아마 참지못하고 전화했겠지..
시간이..시간이 많이 흐르긴 흘렀구나..
그리고 답장을 보낼 순 없지만 너도 복 많이 받아라.
마음 속으로 빌어 주기까지..
실수를 가장하고 이 바보같은 메세지를 보내봅니다.
우리 처음 그때 실수인 척 나한테 전화했던 당신,
당신도 그때를 기억한다면 내가 보낸 이 메세지 그냥 넘기지 말아주세요.
한통의 메세지 뒤에 감춰져 있던 여자의 이러한 소망은,
그것이 너무 꽁꽁 숨겨져 있었던 탓에 결국 들키지 못했습니다.
남자는 끝끝내 여자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으며,
여자도 다시 연락하지는 못했습니다.
실수인척, 우연인척, 아닌척, 안사랑하는척...
그렇게 다가서는 것이 무슨 소용있어요.
시간을 거슬러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그 어느 때보다 똑똑히 말하는 것. 정확하게 말하는 것.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고... 우연이 아니라고.... 아직 잊지 못했다고...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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