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랑/•*―러브스토리

이젠 영영 내 것이 될 수 없는 사랑을...

ll아놀드 2008. 7. 25. 09:22

괜히 아무나에게 시비를 걸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다정하게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 친구에게,

"그럼 굶었을까봐?"

열심히 공부해서 남 주냐는 어른들에겐,

"예~ 전 공부해서 남 줄 건데요?"

내일 지구가 망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이에겐,

"왜 꼭 사과나무에요? 전 차라리 배추를 심겠어요."

 

그러다 화장실 벽에 붙어 있는 명언 한마디.

'다녀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아름다운 뒷모습입니다.'

그 말엔 벌컥 혼자 화가 나기도 하죠.

그런 게 어디 있냐고...  왜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되냐고...

그게 뭐가 아름답냐고... 난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괜히 아무에게나 시비를 걸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 '괜히'는 괜히가 아니고, '아무나'는 아무나가 아닙니다.

이젠 내가 완전히 괜찮아졌을 거라고 생각한 이들이

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에 대한 얘기를 할 때...

그녀가 아주 잘 살고 있다거나,

그녀가 말도 안 되게 예뻐졌다거나,

그녀가 어쩌면 곧 결혼할 거 같다거나... 그런 얘기들을 할 때,

그럴 때 나는, 이젠 명분도 없는 화를 참기가 힘들어서

이렇게 바보 같은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두 발이 다 부르트도록 걸어 다녀도... 

 결국 발자국 하나 남기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 그런 게 여행이라면,

 마음이 다 헤지도록 좋아했어도 결국 내 이름 하나 그녀 삶에 남기지 못하고

 이렇게 보내주는 것이 사랑? 그런 건가요?

 

그녀가 잘 살고 있다고...

많이 예뻐졌다고...

곧 결혼할 것 같다고...

기쁜 소식을 전해들은 날,

이젠 영영 내 것이 될 수 없는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