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랑/•*―러브스토리

소리 없는 기다림

ll아놀드 2008. 7. 23. 08:34

말을 못 하는게 아니라 안 하는거죠.

말하기 시작하면 다 이해받고 싶어 질테니까.

 

그래도 약속을 지키겠다고 내 옆에 나와서 앉아 있긴 있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면 한 박자씩 늦게 대답하고...

내가 웃긴 말을 해도 아~ 예~ 그러다가 가끔은 대답도 없고...

어딜갔나 해서 쳐다보면 몸은 내 옆에 있는데 표정은 텅 비어있고...

눈동자에는 구름 같은게 끼어 있고...

그런 사람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자기도 애쓰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니 마음이 왜 여기까지 못왔어. 

왜 니 사랑이 내 사랑보다 이렇게 형편없이 작어?"

그러면 안되잖아요.

나는 좀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내 방에서 창밖을 내다보면요.

어느 집 슬레이트 지붕 위에 여름용 돗자리가 널려 있거든요?

여름이 끝날때쯤 한 번 제대로 말릴려고 올려 놓은 것 같은데

집주인이 잊어버렸는지 그 돗자리 거기에서 한달쯤 그러고 있어요.

 

비가오면 맞고 해가나면 다시 또 마르고.

저러다 썩으면 어쩌나 싶어서 엄마한테 한 번 이야길 했거든요.

"저 집 주인한테 말해줘야 되지 않을까? 저러다 돗자리 다 상하겠어요. "

그랬더니 엄마가 막 웃으면서 그러시데요.

그냥 두라고.

비 몇번 맞는다고 금방 상할거면 어차피 못쓰는거라고.

내 사랑이 그 돗자리보다 못할건 같지 않아요.

 

젖었다.

말랐다.

젖었다.

또 말랐다.

 

 좀 견디다 보면 돗자리도 나도 보송보송 해질 날이 언젠가 오겠죠?

 나는 좀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오늘 푸른 밤 소리 없는 기다림으로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