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못 하는게 아니라 안 하는거죠.
말하기 시작하면 다 이해받고 싶어 질테니까.
그래도 약속을 지키겠다고 내 옆에 나와서 앉아 있긴 있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면 한 박자씩 늦게 대답하고...
내가 웃긴 말을 해도 아~ 예~ 그러다가 가끔은 대답도 없고...
어딜갔나 해서 쳐다보면 몸은 내 옆에 있는데 표정은 텅 비어있고...
눈동자에는 구름 같은게 끼어 있고...
그런 사람한테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자기도 애쓰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니 마음이 왜 여기까지 못왔어.
왜 니 사랑이 내 사랑보다 이렇게 형편없이 작어?"
그러면 안되잖아요.
나는 좀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내 방에서 창밖을 내다보면요.
어느 집 슬레이트 지붕 위에 여름용 돗자리가 널려 있거든요?
여름이 끝날때쯤 한 번 제대로 말릴려고 올려 놓은 것 같은데
집주인이 잊어버렸는지 그 돗자리 거기에서 한달쯤 그러고 있어요.
비가오면 맞고 해가나면 다시 또 마르고.
저러다 썩으면 어쩌나 싶어서 엄마한테 한 번 이야길 했거든요.
"저 집 주인한테 말해줘야 되지 않을까? 저러다 돗자리 다 상하겠어요. "
그랬더니 엄마가 막 웃으면서 그러시데요.
그냥 두라고.
비 몇번 맞는다고 금방 상할거면 어차피 못쓰는거라고.
내 사랑이 그 돗자리보다 못할건 같지 않아요.
젖었다.
말랐다.
젖었다.
또 말랐다.
좀 견디다 보면 돗자리도 나도 보송보송 해질 날이 언젠가 오겠죠?
나는 좀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오늘 푸른 밤 소리 없는 기다림으로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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