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랑/•*―러브스토리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너

ll아놀드 2008. 7. 22. 11:05

“ 나 술 안 마셨어.”

밤12시 그녀는 이런 말로 전화를 걸어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뒤에  한번도 먼저 연락하지 않았던 그녀가

“ 누가 뭐래? 근데 이렇게 늦게 무슨 일이야”

나는 두근거림을 누르고 태연한 척 대답을 하려 하는데

그녀는 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계속 중얼거립니다.

 

“ 있잖아... 그 사람 나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그랬을까?

왜 나한테 잘해주고 나한테 힘들다 어쩐다.

결국 다른 여자한테 갈 거면서 나한테 왜 그랬을까? “

그녀의 말에 난 몇 가지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그녀가 술을 마셨다는 거

그녀가 내게 전화를 건건 아니라는 거..

지금 그녀는 아무나 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아줄 아무나...

전화기에 저장되어 있는 이름 중 아무나...

그 중에서도 만만한 아무나...

 

전화기 화면에서 그녀의 이름이 본 그 순간의 설레임은 사라지고

이제 나는 완전히 냉정해진 못된 말투로 탁 대답을 뱉어 냅니다.

“그냥 한번 흔들어 놓고 싶었나보지 그만 자라..”

하지만 그렇게 말한 나도 내 말을 무시하는

그녀도 전화를 끊지 않습니다.

 

침묵이 유지되는 몇 초간 내 귀는 전 화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점점 예민해져서 그녀의 한숨소리까지 들어냅니다.

그 순간을 견딜 수 없어 나는 다시 먼저 말해버립니다.

“네가 잘해주니까 그랬나보지.

네가 친구인 척 하면서 매일  옆에 있어주니까...

그리고 자꾸 보니까 네가 예쁜걸 알았겠지.

네가 괜찮고 네가 탐나고 그 사람도 그래겠지.“

그녀에게는 내 깨문 입술 같은 건보이지도 않을 테고 보인다고 해도

그녀에게 나는 어차피 아무나 일 테니...

그녀는 내 이런 말에 그저 한마디로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고맙다 친구야. 위로가 된다.  그만 끊을게 . 잘 자라...”

 

 그렇게 끊어진 전화기를 붙잡고 방안에 앉아 있는데

 나는 겁이 납니다.

 이러면 안 되지만 이러면 웃기지만 다시 너를 위해 해줄 일이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좋다.

 그런 생각에 난 오늘밤 행복한 꿈을 꿀까봐 겁이 납니다.

 

오늘 푸른 밤 아무도 모르게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