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술 안 마셨어.”
밤12시 그녀는 이런 말로 전화를 걸어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뒤에 한번도 먼저 연락하지 않았던 그녀가
“ 누가 뭐래? 근데 이렇게 늦게 무슨 일이야”
나는 두근거림을 누르고 태연한 척 대답을 하려 하는데
그녀는 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계속 중얼거립니다.
“ 있잖아... 그 사람 나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그랬을까?
왜 나한테 잘해주고 나한테 힘들다 어쩐다.
결국 다른 여자한테 갈 거면서 나한테 왜 그랬을까? “
그녀의 말에 난 몇 가지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그녀가 술을 마셨다는 거
그녀가 내게 전화를 건건 아니라는 거..
지금 그녀는 아무나 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아줄 아무나...
전화기에 저장되어 있는 이름 중 아무나...
그 중에서도 만만한 아무나...
전화기 화면에서 그녀의 이름이 본 그 순간의 설레임은 사라지고
이제 나는 완전히 냉정해진 못된 말투로 탁 대답을 뱉어 냅니다.
“그냥 한번 흔들어 놓고 싶었나보지 그만 자라..”
하지만 그렇게 말한 나도 내 말을 무시하는
그녀도 전화를 끊지 않습니다.
침묵이 유지되는 몇 초간 내 귀는 전 화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점점 예민해져서 그녀의 한숨소리까지 들어냅니다.
그 순간을 견딜 수 없어 나는 다시 먼저 말해버립니다.
“네가 잘해주니까 그랬나보지.
네가 친구인 척 하면서 매일 옆에 있어주니까...
그리고 자꾸 보니까 네가 예쁜걸 알았겠지.
네가 괜찮고 네가 탐나고 그 사람도 그래겠지.“
그녀에게는 내 깨문 입술 같은 건보이지도 않을 테고 보인다고 해도
그녀에게 나는 어차피 아무나 일 테니...
그녀는 내 이런 말에 그저 한마디로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고맙다 친구야. 위로가 된다. 그만 끊을게 . 잘 자라...”
그렇게 끊어진 전화기를 붙잡고 방안에 앉아 있는데
나는 겁이 납니다.
이러면 안 되지만 이러면 웃기지만 다시 너를 위해 해줄 일이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좋다.
그런 생각에 난 오늘밤 행복한 꿈을 꿀까봐 겁이 납니다.
오늘 푸른 밤 아무도 모르게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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