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랑/•*―좋은글생각

오늘같이 바람 좋은 날엔/박 현애

ll아놀드 2009. 7. 6. 17:16
   

      오늘같이 바람 좋은 날엔/박 현애 산굽이마다 빼곡한 숲의 물결이 바람이 숨 쉴 때마다 파도를 이뤄 하늘거리는 마음을 흔들고 간다. 이미 낯선 어린 날의 고향 흔적조차 없는 거리에서 홀로 걸어본들, 거기엔 아주 어린 계집아이가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서 있을 뿐 거대한 역사(驛舍)에 짓눌린 추억 따위만 있을 뿐. 지하철 굉음이 삼켜버린 기억의 자리엔 공유할 수 있는 공기조차도 달라 급하게 빠져나오는 숨찬 호흡 또 하나의 세월이 푸른 여름을 헤치고 달려간다. 새로 개통된 전철이 서울을 향해, 고향으로 향하는 철도위에 잃어버린 나이를 베고 누우면 오늘같이 바람 좋은 날엔 살짝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