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기>
- 시 : 돌샘/이길옥 -
발길을 다스리는 습성과
수 세월 멀미를 앓던 손과
정화수에 모은 빛으로 나를 비춰보려는 눈과
찌든 생활의 숨 막히는 바람벽과
그 거센 풍랑에도 주름 잡히지 않은 마음을
다독여보는 아침나절
줄줄이 내려오는 햇살을 장대 높이 걸어놓고
나는
내 안과 밖의 중간에 끼여
안 보고도 본 척 보고도 안 본 척 지나온
치아의 편력에서
조금은 부끄러움을 만나
심장에서 잘 데워진 열을 꺼내며
두 볼을 적신다.
무지로도 맛을 길들였고
세상 돌아가는 길을 엿보면서
어금니를 모두 가꾸었지만
소슬바람에도 흔들리어
잘도 흔들리어
고무풍선으로 부대껴온 오늘까지
대숲은 항상 나의 이웃이었다.
갑자기 허물을 벗고 날개를 달 수 없는
아픔의 세월이
잘 가꾸어진 하늘의 이랑을 따라
구름장으로 세상을 이끌고 나서더니
어둠과 밝음 사이
가끔 가벼운 깃털을 바람에 날리는
한 줌 기쁨만을 건네준다.
이 기쁨이
동굴 깊숙이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피리불고 나올 때
나의 편력은
또 하나의 계단을 올려 쌓으리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