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아놀드 2009. 2. 17. 17:33

     
    
         
    <일어서기>  
             - 시 : 돌샘/이길옥 - 
    발길을 다스리는 습성과
    수 세월 멀미를 앓던 손과 
    정화수에 모은 빛으로 나를 비춰보려는 눈과
    찌든 생활의 숨 막히는 바람벽과
    그 거센 풍랑에도 주름 잡히지 않은 마음을
    다독여보는 아침나절
    줄줄이 내려오는 햇살을 장대 높이 걸어놓고
    나는
    내 안과 밖의 중간에 끼여
    안 보고도 본 척 보고도 안 본 척 지나온
    치아의 편력에서
    조금은 부끄러움을 만나
    심장에서 잘 데워진 열을 꺼내며
    두 볼을 적신다.
    무지로도 맛을 길들였고
    세상 돌아가는 길을 엿보면서
    어금니를 모두 가꾸었지만
    소슬바람에도 흔들리어
    잘도 흔들리어
    고무풍선으로 부대껴온 오늘까지
    대숲은 항상 나의 이웃이었다.
    갑자기 허물을 벗고 날개를 달 수 없는
    아픔의 세월이
    잘 가꾸어진 하늘의 이랑을 따라
    구름장으로 세상을 이끌고 나서더니
    어둠과 밝음 사이
    가끔 가벼운 깃털을 바람에 날리는
    한 줌 기쁨만을 건네준다.
    이 기쁨이
    동굴 깊숙이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피리불고 나올 때
    나의 편력은
    또 하나의 계단을 올려 쌓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