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원래부터가 그랬다...
저녁시간에 전화를 걸어 온 친구는
하루종일 아무 말도 못했던 사람처럼 무슨 말들을 끝도 없이 늘어놓습니다.
앞뒤도 맞지않고 기승전결도 없는 이런저런 화제들
"박지성 골 넣은거 봤냐? 빨리 야구시즌 시작되면 좋겠다.
어머님 잘 계시지? 주말에 우리 사우나나 갈까?"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친구는 그렇게 말합니다.
"아참~ 주말에 내가 시간이 그렇구나 걔 만나기로 해서..."
나는 그제야 왜 친구가 나한테 전화를 걸어서
쓸데도 없는 얘기를 그렇게도 오래 주절거렸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렇게라도 나한테 고해성사를 하고 싶었던 거겠죠?
미안하다... 나 걔랑 만나기로했다.
근데 너한테 거짓말은 하고싶지 않다 .
아마 그런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럴 필요 없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처음부터 내가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것도 아니니까요
처음 두 사람 서로 좋아하게 된 것 알았을때, 솔직히 아무렇지 않을 순 없었어요
어울리진 않겠지만 배신감... 그런 기분이 들었죠.
내가 좋아하는거 알면서... 어떻게 그럴수 있나...
주먹으로 남몰래 방바닥도 내리쳤었고, 그리고 더 못난 생각도 했었죠 .
나는 왜 내 친구처럼 생기지 못했을까!
나보다 잘난 친구한테 함부로 그녀를 보여주는게 아니었는데! 뭐~ 그런...
그래도 뭐~ 점점 괜찮아집니다.
아~ 그런것 같아요. 그럴 필요 없는데...
그럴필요 없는데 나한테 너무 미안해하는 친구 마음이 느껴지니까,
나도 더 빨리 괜찮아지고 싶구요.
물론 아직 더 넘어야 할 고개가 더 남아있을겁니다.
괜찮다... 그럴수 있다... 잘 어울린다...
애써 마음을 다져 놓았다가도,
막상 두 사람 있는 모습보면 또 마음이 속상해지겠죠?
또 못난 생각이 들테고, 친구의 다정함까지도 가식처럼 느껴질거고,
끝내는 노엽고 서러워지는 그런 시간을 좀 더 보내야되겠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내가 그녀를 좋아한게 내 잘못이 아니듯이
그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그녀의 잘못이 아니고
친구가 그녀를 좋아하게 된 것도 친구 잘못은 아니니까...
처음부터 그렇게가 한 쌍 이었다.
머릿 속에 자꾸만 그 한 줄을 새겨보려고합니다.
처음부터 그렇게가 한 쌍 이었다. 나는 아니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원래부터가 그랬다...
그렇게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