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원 밖에서 이미 잘 살고 있을 그대이니...
대학동기들을 만났는데 그 중 한 친구가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러더라...
그것도 모르고 장난스럽게 안부를 물었던 우리는 그만 머쓱해져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
"괜찮아. 그래도 정말 좋았어. 좋은사람이었어..."
그 한마디에 우린 더이상 아무것도 묻지 못했어.
그렇게 오래 사귄 두 사람이 왜 헤어졌는지? 언제 헤어졌는지?
다들 궁금함이 목까지 차오른 표정이었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
'좋은사람 이었어'
친구의 그 말은 헤어진 사람에 대해서 더이상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분명한 의사표시였으니깐...
헤어지고 나면 한번씩 원망하고 싶어지잔아.
나는 그랬었거든..
보통땐 다 내 잘못이다~ 생각하고 그래서 너한테 모든 걸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가,
그러다 또 어느날은 이렇게 된 게 순전히 니 탓인거 같기도 했어.
정말 그렇게 나를 좋아했다면 헤어질 결심을 하기 전에,
나한테도 기회를 줬어야하는 거 아니였냐고,
어떻게 돌아 올 여지도 없이 떠나버리냐고...
혹시 처음부터 헤어질 작정은 아니었냐고...
그래서 더 잘해준 건 아니었냐고...
말도 안되는 원망들을 전개시키면서, 그렇게...
나는 왜 그 친구처럼 못했던 걸까?
'좋았어. 좋은사람 이었어.' 그렇게 말해 주면 좋았을 텐데...
사귀는 동안 너 정말 좋은 애인이었는데...
처음엔 친구였던 우리.
그땐 서로 예전 애인 얘기도 많이 했었는데...
훗=3 막상 사귀게 된 후에는 그것땜에 싸우기도 많이 했었지.
내가 예전 여자친구들 얘기할 때 니 모습들도 생각난다.
내가 조금이라도 기억에 빠져든다 싶으면
넌 장난스럽게 입속에 들어있던 물을 꺄르륵 거리면서 내 회상을 방해하곤 했었잔어.
혼자 삐쳤다가, 심술 내다가, 그러다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 지으면서,
"괜찮어. 그래봤자 넌 지금 내 옆에 있으니까..." 너의 그 귀엽던 질투.
그대에게 내가 어떤 애인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쓸데없는 질문이겠죠.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대의 나도 아니고,
나는 더 이상 그 시절의 나도 아닌데...
내가 그린 원 밖에서 이미 잘 살고 있을 그대이니 대답은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