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은 사랑을 말하다.
이 남자의 취미는 여자친구 질문에 입바른 대답하기, 그래서 약올리기
이 여자의 취미는 뻔히 그럴줄 알면서도 남자친구에게 뭔가를 물어보고 약올라 어쩔줄 몰라하기
예를 들면 뭐 이런식이죠.
싫다고 싫다고 끝까지 버팅기던 남자를 끌고 여자는 백화점 구두매장을 찾습니다.
"구두만 잘 신어도 발목이 되게 가늘어진대... 어쩌구 저쩌구"
여자의 신난 설명에 남자는 한 마디로 쏴~~ 찬물을 끼얹길
"그래 발목은 그렇다치고 종아리는 어떡게 할거야? 넌 발목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
지금도 니 하중 견디느라고 얼마나 힘들텐데... 에잉~ 쯧쯧쯧"
그렇게 들어 간 신발 매장에서 열심히 구두를 고르던 여자
내심 마음의 결정은 내린 뒤 마지막으로 점원에게 위로를 듣는 절차를 거칩니다.
"저기요 이 구두 어때요? 제가 발이 좀 커서 이런 구두는 잘 안어울리는 것 같은데 그쵸??"
그러면 그 점원은 기다렸다는 듯 곧장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겠죠.
"무슨 말씀이세요 손님 지금 너무 잘어울리시는데요.
이렇게 옆으로 한 번 비춰보세요 어떠세요? 발도 정말 작아보이고 너무 예쁘죠?"
여자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
하지만 다음 순간 그 가식적인 풍경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불쑥 껴드는 남자친구라는 자의 입바른 참견
"야 너 그거 진짜 살거야?" 그말에 여자는
"왜~ 왜~ 왜~ 뭐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한데?"
약이 올라서 물어대고 그러면 남자는 "뭐 내가 뭐라 그랬냐고 그냥 사라고 "
함께 지내는 일 년 동안 여자는 한 번도 원하는 대답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워낙 습관이 된 엄살이라 여자는 또 한 번 무심코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다가
"자기야 나 오늘 너무 부었지?"
그러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여자는 고개를 휙~ 옆으로 돌립니다
아니나 다를까 막 뭐라뭐라 빈정상할 말을 하려고 입술을 들썩이는 남자
여자는 남자의 입을 확 틀어막더니
"아무말도 하지 마. 한마디도 하지 마. 뭐라고 빈정거릴 꿈도 꾸지마.
그래 이거 붓기 아니고 살이야 그래서 어쩌라구
그래도 나 예뻐. 이 정도면 됐어 충분해 그러니까 아무말도 하지마"
그러자 남자는 기가 막히다는 듯
"야 너 내가 일년 내내 한 말이 그거잖아.
부으면 어떻고 발목 굵으면 어떻고 신발 좀 안어울리면 어때~
나는 니가 예쁘다니까 아휴~ 저 바보..."
나를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나 못생겼지" 말하는 사람들이란
단식중인 이에게 "배고프시죠" 묻는 사람과 똑같습니다 바보죠.
바보같은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