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랑/•*―러브스토리

최소한 잠깐은 참아 줄 수 있는 사랑을 말하다

ll아놀드 2008. 10. 13. 08:56

이유도 없습니다.

여자는 오늘 그냥 이 남자가 다 싫습니다.

다른사람이 좋아졌냐?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남자친구가 뭘 잘못했냐? 그것도 아니구요.

그냥, 정말 그냥 다 싫습니다.

물론 잘 찾아보면 이유가 있긴 하겠죠.

호르몬이 날뛴다거나, 하늘에 달이 점점 차오르고 있거나,

습도가 높은 날이었다거나, 어쨌든 이유 같은 이유는 아니죠.

그럼 오늘 이 여자는 남자친구가 얼마만큼 싫으냐하면

노래 가사처럼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사랑스럽기는 커녕

입고 나온 옷도 다 뵈기 싫고,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한심하고,

버릇처럼 머리를 긁적이는 행동도 불결하게만 느껴집니다.

"밥먹으러 갈까? 밥 어때? 순대국밥 먹으러 갈까?"

남자의 짧은 말에도 여자는 신경이 북북 거슬려서는 삐딱하니...

"생각하는 메뉴 하고는..."

여자의 혼잣말같은 대답에 남자가 "뭐라고?" 물어보면

여자는 날카롭게 대답하는거죠.

"니 먹고 싶은거 먹으라구. 근데 너 면도는 하고 나온거야?"

"면도? 아침에 했는데... 그 사이에 또 수염이 자랐나보네.

내가 야한생각을 좀 했더니 헤헤~ 어때? 수염 있으니까 좀 야성적으로 보이지? 어?"

속도 없는 그 말에 여자는 대답도 하기 싫습니다.

 

식당에 가서도 여자는 숟가락만 달그락 달그락

근데도 그 옆에서 후루룩 짭짭 순대국밥을 그릇째로 들이키는 먹성좋은 남자친구

여자는 목 끝까지 그런 말들이 차 오릅니다.

'이 돼지~ 아예 뚝배기를 뿌셔 먹어라. 전봇대로 이를 쑤셔!'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건 바로 이 남자의 '무딤' 입니다

'내가 널 이렇게 싫어하고 있는데, 넌 어떻게 그것도 모르냐?'

여자는 결국 한 마디 하고 말죠 "맛있어? 넌 사는게 재밌어?"

그러자 남자가 뚝배기를 탁 내려놓으며 하는 말

 "그래 맛있다. 아주 맛있어 죽겠어.

 너 같으면 여자친구가 그러고 있는데 입맛 좋겠냐? 그럼 어떻게 하냐?

 넌 아까부터 짜증나 있는데 난 이유도 모르고, 같이 화내면 싸울 것 같고,

 나라도 실실대고 나라도 돼지같이 먹어야지.

 너 어짜피 내가 나중에 왜 짜증냈냐고 물어도 대답 안해줄 거잖아. 아니야?"

 

이유없이 짜증나는 날도 있죠.

그럴때 사랑하는 사람이 알아주어야 할 것은 그 이유는 아닐겁니다.

다만 그 짜증을 어떻게 받아줄수 있는가 하는 것

모든 걸 다 알진 못해도 받아 줄 수 있는

최소한 잠깐은 참아 줄 수 있는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