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랑/•*―차한잔의여유
비 오는 날 카페에서
ll아놀드
2008. 10. 12. 23:56
비 오는 날 카페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구석 자리는 내 차지였지요
조용한 음악일수록
더욱더 짙게 내 가슴을 파고들고
난 펼쳐진 신문을 보는 둥 마는 둥
오로지 그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웬일인지 그대가 늦고
그럴 때면
내 마음은 한 자리에 못 있습니다
공연히 찻잔만 만지작거리며
온갖 걱정에 휩싸입니다
혹시 오다가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평소에는 꽤나 느긋한 편인 내가
그대에게만은
왜 이렇게 안절부절인지 모를 일입니다
주변에 있던 딴 손님들이
흘끔흘끔 쳐다봐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난 어느덧 반 갑이나 남아 있던
담배를 다 피웠고
마지막 남은 한 개비를 비벼 끄고
있을 즈음,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아아 그렇습니다
그대는
항상 소리없이 내게 나타났지요
소리없이 내게 다가와
내 마른 가슴을 적셔주곤 했지요
비 오는 날 카페에서
- 이정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