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 의 식
휴대폰을 사용한 뒤로는
한 사람과의 작별이 조금은 쉬워졌습니다.
처음부터 전호 번호 같은 것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단축키로 전화를 걸고
이름 선명한 화면으로 전화를 받곤 하다보니
헤어져야 할 순간엔
이별 의식이 간단해집니다.
버튼을 몇 번 눌러, 입력된 그 사람의 이름을 삭제하면
그로써 당분간은 그와 작별입니다.
혹은 상대도 나와 같다면 영원히 작별인 셈입니다.
전화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괴로워할 필요도 없고
술이라도 취해 전화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없이
마음껏 아파할 수 있습니다.
혹시 실수로라도 상대의 목소리를 들을 일 없으니
잔인하지만 간단하게 이별 의식은 끝이나고
각자의 마음을 추스르는 일만이 남습니다.
한 해 한 해
시간이 흐를수록
헤어짐에 대처하는 방법만 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