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처럼 어둑한, 먼지처럼 힘없는 사랑을 말하다.
막 버스에 오르려는데 툭- 하는 소리
툭~하고 가방이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느낌.
이미 오래전부터 나달거리던 가방끈이 결국은 끊어져 버렸습니다.
아니 스스로 끊어져 주었습니다.
버리고 싶었는데... 버리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가방이거든요.
누구한테 선물 받은 것도, 특별히 그 모양이 마음에 든것도 아니었지만..
너무 오래 같이 다녀서 버려지지가 않았어요.
시험 기간엔 책을 터질듯이 넣고 다니고,
농구할 때 골대 밑에 아무렇게 던져버리고, 가끔은 깔고 앉을때도 있었구.
엠티를 갈 때도, 도서간에 갈 때도, 나한텐 늘 이 가방 하나였으니까...
버리기가 미안했으니까...
그래서 차라리 잘됐다 생각이 들었죠.
멀쩡한 가방 버리는것도 아닌데 뭐~
그래 새해도 됐는데 새 가방 하나 장만하는 것도 괜찮겠지.
어떤 가방을 사야할까?
한쪽끈으로 가방을 간신히 부여맨 채,
지나가는 이들의 가방으로 눈길을 옮기는데
그러다 문득...
바지와 양말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온 것처럼 마음이 찔린 듯 아파졌습니다.
내가 너한텐 이 가방 같았겠구나...
버리고 싶었는데 미안해서 버리지 못한 것,
너무 오래 함께한 탓에 어쩔 수 없었던 것,
헤어지자는 내 실수같은 한 마디를 너는 기어이 진담으로 받아 들였던 것.
너한테 나는 이 가방 같았구나... 진작부터 나를 버리고 싶었구나...
그래서 내 창고 안에는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이 하나씩 늘어납니다.
입지 않는 청바지, 살이 하나 찌그러진 우산, 고장난 시디플레이어,
그리고 이젠 한쪽 끈이 떨어진 가방...
이렇게 두어도 다시 이사를 갈 때까지 한번 꺼내 보지 않겠죠.
뻔히 알면서도 버리지는 못합니다.
버림을 받아본 사람은 아무것도 함부로 버릴 수가 없기에...
내 창고 안에는 자꾸만 물건들이 쌓여만 갑니다.
창고처럼 어~둑한... 먼지처럼 힘없는...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