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랑/•*―러브스토리

이 곳에 남아 사랑을 말하다

ll아놀드 2008. 8. 2. 07:58

"들었어? 오늘 눈왔었대"

막 자리에 앉으며 목에서 머플러를 벗겨내고 있는 여자에게

남자는 미리 생각해 놓았던 첫마디를 꺼내놓습니다

"응 나는 못봤는데 왔다고 하더라구...

하긴 올때도 됐지. 뭐~ 왜 작년 이맘때 왔잖아?

그때 우리둘이 아침에 버스정류장에서 만나가지고... 너도 기억나지?"

 

너도 기억나지...

남자의 마지막 말엔 확신이 없습니다.

지금의 너라면 기억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이 나도 나지 않는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으므로...

그런데 다행히도 그녀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표정은 그녀가 몰고 들어온 바깥 공기만큼이나 차갑지만

그래도 남자는 그 끄덕거림에 한 가슴을 놓습니다.

"그때 왜 버스타고 종점 여행했었잖아?

연신내였나 거기 내려서 붕어빵도 사먹고 그치?"

이제 와 기억을 더듬는건 아무 의미도 없다는듯

더 이상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여자

남자는 다시 가슴이 쿵! 떨어집니다.

하지만 가슴이 떨어져 나가도 입안이 바싹 말라가도

침묵하고 있을 순 없습니다.

뭐라도 말 해야합니다...

꼭 다물어버린 그녀의 입술 저 입술이 열리면

너무 무서운 말을 듣게 될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뭐 마실래? 녹차? 코코아?"

남자는 그녀 앞으로 메뉴판을 밀어줍니다.

"여기요 따뜻한 물 한잔 주세요. 일단 내거 마셔 춥지?"

물컵도 그녀 앞으로 밀어주고

"커피 마실래? 그래 커피 마시자.

여기요 커피 두잔 주세요."

탁자 위에 설탕통도 그녀 앞으로...

 

 그대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대가 좋아서

 그래도 그대가 좋아서 그대의 눈치를 봅니다.

 그대의 마음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래도 헤어지고싶지는 않아서 그대의 눈치를 봅니다.

 이런 내 마음을 안다면 헤어지자는 말은 제발...

 

그대의 마음은 이미 먼 곳에

그래도 내 마음은 이 곳에 남아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