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랑/•*―러브스토리

우리... 서로 그런 얘기나 해주고 살까?

ll아놀드 2008. 7. 22. 11:09

너무 오래 혼자라 이젠 혼자 있는 게 오히려 당연해 보이는 남자.

그 남자는 실제로도 혼자서 아주 잘 산다고 합니다.

 

가본 사람들 말에 따르면,

집도 깨끗하게 해놓고 사는 편이고,

냉장고에는 다듬어 놓은 파도 한단 들어있고,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 사용중인 청소기도 한대 있다고요.

거기에 혼자 영화보기, 혼자 산책하기...

가끔 사람들은 신기해하면서 물어보겠죠?

"야~ 넌 안 외롭냐? 너 연애 같은 건 안 해?"

그러면 이 남자는 순 말도 안돼는 대답

"연애? 돈 없어~"

 

그리고, 여기 그에 못지 않게 혼자서도 잘 사는 한 여자.

그녀는 그런 남자의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입니다.

 

대학때부터 쭉 친구였지만,

여자는 남자의 키가 마음에 들지 않고,

남자는 여자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둘은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친구로만 지내기로 약속한 사이죠.

 

두 사람이 오늘 안개에, 바람에, 낙엽에 이렇게 완벽한 가을 밤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주고 받습니다.

"넌 요즘 뭐해? 요가는 계속 해?"

"아니~ 요즘은 밸리댄스 배워~ 너는?"

"어, 난 그리스어 배워~"

"그리스어는 왜?"

"그냥~ 심심하잖아~"

"하긴..."

두 사람 사이에 그렇게 하나마나 한 얘기가 오가는 사이,

옆에 있던 왠 아저씨가 요란하게 전화를 받습니다.

"뭐라카노? 알았다, 알았다, 알았다~ 그마해라 좀~

지금 들어간다 안카나~ 끊어라!"

 

잠시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

그런데 다음 순간, 갑자기 남자가 소주병을 품에 안으며

고개를 떨구면서 기죽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아... 나도, 저런 전화 받고 싶어~ '오빠 빨리 들어와~'"

여자가 말을 잇습니다.

"나도 그런 말 해보고 싶어~ '오늘은 그이가 일찍 오라고 해서요~'"

두 사람은 다시 침묵.

 잠시 후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냅니다.

 "우리... 서로 그런 얘기나 해주고 살까?"

 여자도 조심스럽게 동의합니다.

 "그럴까...?"

 

두 사람은 그렇게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