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는 무작정의 기다림
페스트푸드점에서 새우버거 주문하면
가끔 점원은 그렇게 양해를 구하죠?
“손님.. 3분정도 기다리셔야 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무리 빨리 끼니를 해치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사실 3분은 기다리지 못할 만큼 가혹한 시간은 아닌데
오늘 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망설였습니다.
“ 3분? 기다릴까? 다른 걸로 주문할까?”
그러다가 좀 화가 날 뻔도 했어요.
“ 아니.. 도대체 페스트푸드가 뭐야... 페스트... 빠르다..
어떻게 3분이나 기다릴 수 있어? 이게 말이 돼? ”
세상일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매번 일정한 눈금으로 상황을
재는 일은 거의 불가능 합니다.
말이 안 되는 3분의 기다림이 있는가 하면..
말이 되는 무작정의 기다림도 있는 거죠.
혹시 약속에 늦을까봐,
혹시 데이트 중에 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까봐,
허겁지겁 햄버거를 입으로 밀어 넣었던...
아까 그 시간은 3분의 기다림도 말이 되지도 않았는데...
지금 30분이 넘도록 오지 않는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은
다 저절로 이해가 되니까요.
사실 생각해보면 상황은 얼마든지 가능하잖아요..
그녀가 이곳으로 오는 길에 갑자기 노루를 만날 수도 있고..
노루... 음....
근데 그 노루가 너무 배가 고파 보여서 먹이를 주려고 하는데
그때 노루가 갑자기 말하길
“어머.. 전 골든 키위 생과일주스만 마시는걸요?”
착한 그녀는 그 말에 키위를 사서 갈아서 먹이고,
얼마든지 늦을 수 있죠. 근데 아~ 좀 춥긴 하네요?
어디까지 왔는지 문자라도 좀 보내주지!
“전화해 볼까? 아니다. 괜히 급한 마음만 들라.
좀만 더 기다려보자... 그래 좀만 더~~ ”
오늘 푸른 밤 넉넉한 마음으로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