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발라드 / 박건호 낭송:권희덕
비가 오면 그대를 만나고 싶다
끝없이 끝없이 빗물을 바라보고 싶다
빗물속엔 생아편이 들어있어
비몽사몽 흔들리는 마음
불현듯 눈을 감고
환각 여행을 떠난다
비가오면 뿌옇게 찾아가는 세상
그대의 가슴으로 또하나의 길이 열린다
그 길을 따라 조심조심 걸어가고 싶다
함초롬히 젖어가는 풀잎들 위에
나를 걸어두고 싶다.
우리들을 흘려보내기 위해 비가 내린다
하늘이 땅이되고 땅이 하늘이 되어
한바탕 해일이 출렁이면
우리들의 몸에선 원시인의 향기가 난다
빗물을 바라보면
속삭이지 않아도 가슴이 젖는다
젖은 가슴을 말리기 위해 동굴을 발견하면
우리들에 피운 모닥불에서
모락모락 그리움이 익는다
커피잔 속으로 떨어지는 빗소리
빗소리는 멀어져간 시간들을 가까워지게 한다
빗소리 속에 돌아온 시간들은
언제나 이렇게 우리들를 취하게 한다
비가 오면 침묵하고 싶다
사람이 만든 모든 언어들을 잊어버리고
끝없이 끝없이 빗물을 바라보고 싶다
빗물속엔 생아편이 들어있어
비몽사몽 흔들리는 마음
불현듯 눈을 감고
환각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