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랑/•*―고운낭송글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 낭송 : 김귀옥

ll아놀드 2008. 6. 15. 12:04
 
    +♡+나 늙으면 당신과 이렇게 살아보고 싶어요+♡+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난 곤이 자는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은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당신 팔에 안겨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쭈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랫동안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말야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해야지? 아마 당신 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 듯 할 거야 이 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나는 읽겠지 눈을 감고 천천히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그럼 난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이 물러 설 즈음 난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응석쟁이 아가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쩜 그 땐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어 울고 싶어 장작불 같이 뜨겁던 내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난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이 오면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 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당신하고 나 하나씩 쓰고 당신 팔에 매달려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눈이 내리면 참 좋겠다~ 그치?? 봄이 오면 당신은 연베이지빛 점퍼를 입고 난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를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가을이 되면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 장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우리집 서재로 가는 거야 당신이 읽어주는 글 한줄 한줄에 난 그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잠이 들겠지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꽃이 피고 아름답던 이 시절 가슴으로 태우고 눈물로 흘려보냈던 시절 나~ 당신 향한 그리움 차곡차곡 가슴에 고이 접어 두었노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 나 늙으면 당신하고 살아보고 싶어 아직도 당신 사랑한다는 말대신 오랫동안 그리워 했다고 말하고 싶어 오래전 당신을 사랑했을때부터 지금 지금은 더 깊이 사랑하고 있다고 나~ 말해주고 싶어 나 늙으면 당신하고 살아보고 싶어 당신 품에 안겨 당신하고 함께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