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얼마나 울었는지, 코끝이 아직 빨간 채로...
어젯밤 얼마나 연습했는지, 높낮이도 없는 억양으로...
여자는 먼저 헤어짐을 말합니다.
"이제 정말 헤어져야 될꺼 같애!"
죄를 지은 듯 고개를 수그리고 앉아있는 그녀에게
남자도 밤새 연습한 말을 꺼냅니다.
"너도 알다시피 처음부터..."라고...
'처음부터'라고 말은 했지만, '너도 알다시피'라고 말은 했지만...
그게 언제부터 였는지 사실 두 사람은 알지 못 합니다.
자신에게 좋은 것은 한눈에 알아보는 법.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알아 보았을 뿐.
여자의 부모가 당연히 남자를 반대할 거라는 사실은 두 사람 모두 몰랐습니다.
그 반대가 둘을 너무도 힘들게 만들꺼라는 것도...
그래서 이렇게 결국은 헤어지게 될거라는 것도...
남자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잇습니다.
"너도 알다시피~ 처음부터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어쩌면 남자는 지금이라도 그녀와 헤어지지 않을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건 '초라함'...
남자의 초라함은 착한 그녀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마음만큼만 슬픈표정을 짖는다면...
지금 마음속에 든 말들을 다~ 꺼내 놓는다면...
그녀는 남자와 헤어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나와 헤어지는게 너도 그렇게 가슴 아프면 나랑 같이 있자.
지금은 가난해도 시간이 좀 걸려도, 내가 마침내는 행복하게 해줄께.
어쩌면 시간이 많이 걸릴지도 모르고
어쩌면 끝끝내 부자는 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너도 그렇게 울꺼면 나랑 같이있자.
내 초라함때문에 나는 그대와 헤어져야 했지만
내 초라함으로 그대를 붙잡을 수도 있었음을 알고 있기에
나는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런 나를 사랑해 주었으니 당신은 이미 고마운사람.
그대를 놓아주며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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